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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누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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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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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달은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도 있구나 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한 그런 날들이었다. 과연 일정에 맞춰 OK를 낼 수 있을지, OK를 내면서 2건의 기획안과 개편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사이 사이 끼어드는 잡다한 공격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등등 복잡한 일들이 가득이었다. 그 와중에 팀장님께서 일이 좀 마무리되면 우리팀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셨고, 그 말에 누군가가 17일날 놈놈놈을 보러가자고 이야기를 꺼냈고, 뭐 재미있을거라는 누군가의 기대가 더해져서 그냥 7월 17일은 영화보러 가는 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초반부터 날 괴롭히던 디자인 덕분에 17일에 일은 다 끝나지 않았고, 18일로 출력 일정이 잡혀버린데다가,  갑자기 저자 선생님께서 너무나 찜찜했다면서 원고를 한부분 갈아끼우시겠다고 해서(이왕 찜찜하시려면 지난 시간 동안에는 뭘하시고 OK낼 때가 다 되어서..) 출력실에 넘겨야 할 최종 파일이 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거다. 어쨌든 일은 그대로 쌓아 둔 채 이사님께서 과감히 허락하신(?)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상암CGV로 가서 소문이 무성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주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공통적인 의견은 재밌다는 것, 물론 영화가 마치고 가장 처음에 나온 말들은 "정우성, 진짜 멋있다." 였지만... 누군가가 좀 고어한 면도 있다는 표현을 했던데(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아직 출처를 찾지 못했다), 그 고어한 요소들이 너무나 휙~지나가 충격이 덜할만큼 무언가를 계속 던진다. 게다가 139분이라는 런닝타임을 보고 마실 것 하나 들고 들어가지 않았는데, 중간 아주 살짝 지루했던 몇 장면 외에는 가쁜 호흡으로 지나가 체감한 런닝타임은 그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화면이나 장면별로 큰 튕김없이 유쾌하게 빨리 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꽤 큰 장점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 많은 공을 들였을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주는 후반부의 만주 벌판에서의 추격 장면은 말발굽 소리에 맞춰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할만큼 꽤 유쾌하다. 화면, 장면의 전환, 사운드 등 많은 요소들이 군더더기 없이 빠른 호흡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편이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마냥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전반적인 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
나는 소설을 읽던지, 음악을 듣던지, 그림을 보던지, 무대 위에 올려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던지 '이.야.기'의 형태로 분해하고 감상하는 것을 즐겨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그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 영화가 가진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는 것이 나의 영화 관람의 거의 전부이다. 장르에 대한 이해나 사전 학습 없이 그냥 순간을 향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 '이.야.기' 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다양한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등장하고 있는지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또한, ~놈~놈~놈 세 명을 보면서도 '왜?'라는 생각을 계속 할만큼 그들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다 말아버린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물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라고 볼 수도 없고, 그 외에도 워낙 볼거리가 충분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방대하게 풀어놓은 스케일 안에서 빈약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를 '이.야.기'로 읽을 때, 고려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물이다. 과연 누가 나와서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하느냐가 문제일테니까 말이다. 제목에 충실한 작품 감상법에 따르자면 이 영화는 인물 중심의 영화일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제목에서부터 누구!누구!누구!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빈약한 흐름을 가지다 보니 인물 역시 빈약한 흐름 속에 묻혀 버렸다. 각각의 인물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각작의 캐릭터를 설명한 것이라면, 박도원(정우성)이 왜 좋은 놈인지는 영화 상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한 것이 하나 있다면 스크린 상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외모와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시 멋있군."이라는 말을 내뱉게 만든다는 것 정도? 이것은 배우 정우성이 하는 역할이지 놈놈놈의 박도원의 역할은 아니니 그조차 좋은 놈으로의 조건은 아닐거다. 또한, 좋은 놈으로 지칭한 것이 나름의 역설이나 반어라면 세 명이나 되는 인물을 내놓고 각자의 캐릭터를 꼬고 또 꼬게 되는 것이니 그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그리고 윤태구(송강호)와 박창이(이병헌)의 관계나 그들의 성격, 행동 등은 연계성 없이 그냥 흘러간다. 전혀 유기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하나둘씩 모여 있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또한, 각각의 인물이 서로 다른 위상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조금의 언발런스한 느낌도 받았다. 그들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이미지로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
친절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허술하고,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과연 뭘까 싶기도 하고, 혹시 다른 편집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이래저래 헛점이 보이지만 영화 보면서 계속 웃을 수도 있었고,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하늘을 날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시원해지는 기분도 느꼈고, 화면도 멋졌고, 사운드도 괜찮았고, 나름 공을 들인 흔적들도 엿보이고 무엇보다 139분이라는 시간동안 재미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별점을 혼자 슬쩍 남겨 둔다.

(with 우리팀 / 4:30 July 17 at 상암CGV)


* 꽤 이름이 있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연 비중을 어떻게 조절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한 일이었다. 그런데 셋 중에서도 무게감은 각각 다르더라.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한 명이고, 누군가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역할을, 누군가는 이 와중에도 혼자서만 멋있어야 하는 역할을 뭐 그렇더라. 만약, 남은 필름들이 많다면 각각의 놈들을 위한 버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 정우성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배우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너무 일찍 인기를 얻는 것도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역도 하고, 조연도 하고, 과감히 편집되서 다 날아가 버려도 지장없는 역할을 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를 배워나갔다면 좀 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일찍 떠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비중 있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배우가 되어 버린 지금에서도 연기에 대해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배우로 살아야 한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도 배우 스스로의 입장에서도 참......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본 아줌마들이 열광한다는 무슨사마 그 분도 살짝 떠올랐다. 불행한 배우로 치자면 그분이 일등인듯!

*** 하나 궁금한 건...칸 영화제 때 이 세 명이 짠~ 등장하기 전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았었나 하는 거다. 솔직히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지, 무슨 영화가 개봉할건지 이런 소식에 그닥 민감하지 않아서 어느 날 갑자기 "~놈, ~놈, ~놈"이런 이야기가 마구 퍼지는데 '왜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만 가득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내가 이런 소식에 둔감하기는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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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8/07/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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