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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누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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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달은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도 있구나 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한 그런 날들이었다. 과연 일정에 맞춰 OK를 낼 수 있을지, OK를 내면서 2건의 기획안과 개편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사이 사이 끼어드는 잡다한 공격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등등 복잡한 일들이 가득이었다. 그 와중에 팀장님께서 일이 좀 마무리되면 우리팀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셨고, 그 말에 누군가가 17일날 놈놈놈을 보러가자고 이야기를 꺼냈고, 뭐 재미있을거라는 누군가의 기대가 더해져서 그냥 7월 17일은 영화보러 가는 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초반부터 날 괴롭히던 디자인 덕분에 17일에 일은 다 끝나지 않았고, 18일로 출력 일정이 잡혀버린데다가,  갑자기 저자 선생님께서 너무나 찜찜했다면서 원고를 한부분 갈아끼우시겠다고 해서(이왕 찜찜하시려면 지난 시간 동안에는 뭘하시고 OK낼 때가 다 되어서..) 출력실에 넘겨야 할 최종 파일이 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거다. 어쨌든 일은 그대로 쌓아 둔 채 이사님께서 과감히 허락하신(?)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상암CGV로 가서 소문이 무성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주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공통적인 의견은 재밌다는 것, 물론 영화가 마치고 가장 처음에 나온 말들은 "정우성, 진짜 멋있다." 였지만... 누군가가 좀 고어한 면도 있다는 표현을 했던데(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아직 출처를 찾지 못했다), 그 고어한 요소들이 너무나 휙~지나가 충격이 덜할만큼 무언가를 계속 던진다. 게다가 139분이라는 런닝타임을 보고 마실 것 하나 들고 들어가지 않았는데, 중간 아주 살짝 지루했던 몇 장면 외에는 가쁜 호흡으로 지나가 체감한 런닝타임은 그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화면이나 장면별로 큰 튕김없이 유쾌하게 빨리 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꽤 큰 장점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 많은 공을 들였을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주는 후반부의 만주 벌판에서의 추격 장면은 말발굽 소리에 맞춰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할만큼 꽤 유쾌하다. 화면, 장면의 전환, 사운드 등 많은 요소들이 군더더기 없이 빠른 호흡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편이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마냥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전반적인 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
나는 소설을 읽던지, 음악을 듣던지, 그림을 보던지, 무대 위에 올려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던지 '이.야.기'의 형태로 분해하고 감상하는 것을 즐겨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그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 영화가 가진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는 것이 나의 영화 관람의 거의 전부이다. 장르에 대한 이해나 사전 학습 없이 그냥 순간을 향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 '이.야.기' 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다양한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등장하고 있는지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또한, ~놈~놈~놈 세 명을 보면서도 '왜?'라는 생각을 계속 할만큼 그들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다 말아버린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물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라고 볼 수도 없고, 그 외에도 워낙 볼거리가 충분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방대하게 풀어놓은 스케일 안에서 빈약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를 '이.야.기'로 읽을 때, 고려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물이다. 과연 누가 나와서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하느냐가 문제일테니까 말이다. 제목에 충실한 작품 감상법에 따르자면 이 영화는 인물 중심의 영화일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제목에서부터 누구!누구!누구!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빈약한 흐름을 가지다 보니 인물 역시 빈약한 흐름 속에 묻혀 버렸다. 각각의 인물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각작의 캐릭터를 설명한 것이라면, 박도원(정우성)이 왜 좋은 놈인지는 영화 상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한 것이 하나 있다면 스크린 상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외모와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시 멋있군."이라는 말을 내뱉게 만든다는 것 정도? 이것은 배우 정우성이 하는 역할이지 놈놈놈의 박도원의 역할은 아니니 그조차 좋은 놈으로의 조건은 아닐거다. 또한, 좋은 놈으로 지칭한 것이 나름의 역설이나 반어라면 세 명이나 되는 인물을 내놓고 각자의 캐릭터를 꼬고 또 꼬게 되는 것이니 그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그리고 윤태구(송강호)와 박창이(이병헌)의 관계나 그들의 성격, 행동 등은 연계성 없이 그냥 흘러간다. 전혀 유기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하나둘씩 모여 있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또한, 각각의 인물이 서로 다른 위상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조금의 언발런스한 느낌도 받았다. 그들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이미지로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
친절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허술하고,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과연 뭘까 싶기도 하고, 혹시 다른 편집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이래저래 헛점이 보이지만 영화 보면서 계속 웃을 수도 있었고,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하늘을 날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시원해지는 기분도 느꼈고, 화면도 멋졌고, 사운드도 괜찮았고, 나름 공을 들인 흔적들도 엿보이고 무엇보다 139분이라는 시간동안 재미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별점을 혼자 슬쩍 남겨 둔다.

(with 우리팀 / 4:30 July 17 at 상암CGV)


* 꽤 이름이 있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연 비중을 어떻게 조절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한 일이었다. 그런데 셋 중에서도 무게감은 각각 다르더라.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한 명이고, 누군가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역할을, 누군가는 이 와중에도 혼자서만 멋있어야 하는 역할을 뭐 그렇더라. 만약, 남은 필름들이 많다면 각각의 놈들을 위한 버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 정우성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배우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너무 일찍 인기를 얻는 것도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역도 하고, 조연도 하고, 과감히 편집되서 다 날아가 버려도 지장없는 역할을 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를 배워나갔다면 좀 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일찍 떠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비중 있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배우가 되어 버린 지금에서도 연기에 대해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배우로 살아야 한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도 배우 스스로의 입장에서도 참......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본 아줌마들이 열광한다는 무슨사마 그 분도 살짝 떠올랐다. 불행한 배우로 치자면 그분이 일등인듯!

*** 하나 궁금한 건...칸 영화제 때 이 세 명이 짠~ 등장하기 전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았었나 하는 거다. 솔직히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지, 무슨 영화가 개봉할건지 이런 소식에 그닥 민감하지 않아서 어느 날 갑자기 "~놈, ~놈, ~놈"이런 이야기가 마구 퍼지는데 '왜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만 가득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내가 이런 소식에 둔감하기는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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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8/07/18 16:52
TAG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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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오는 영화인지,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러 갔었다. 예매권 있다고 보고 싶은 영화 있으면 골라보라고 했더니 우리 동생님께서 고르신 영화이다. "Wanted"..제목만 듣고서는 <황야의 무법자>類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서부의 광활한 사막같은 건 나오지도 않더라.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포일러로 작용할 단어들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영화를 본 후 끄적거린 몇 가지 이야기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호흡이 빠르다. 숨쉴 틈을 그다지 주지 않은채 계속 흘러간다. 화면도 이야기도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그냥 재미있는 액션 영화 한 편으로 읽힐 수도 있다. 무료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꽤 충분할만큼 재미있게 만들어 놓았다. 어쨌든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는데...나처럼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좀 많이 재미있을 수 있고,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던 우리 동생님같은 경우는 예고편이 다였다며 살짝 실망을 해주셨다. 예고편만으로는 나름 더 재미있을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


(with KT君 / 7:05 June 28 at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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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8/06/30 20:18
TAG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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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4월 16일.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나는 여기에 1분간 함께 있었고, 나는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건 당신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으니까.

5년 전 4월 1일...거짓말같이 떠나버렸던 장국영을 만나고 왔다.
그들은 스크린 안에서 여전한 모습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with 우리팀 / 3:50 April 3 at 광화문스폰지하우스)

발 없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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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8/04/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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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아직 신분이 학생이던 시절에 후배 녀석 교양 과목 리포트 쓰는 일을 도와줬던 적이 있다.(도와줬다기보다는 얼추 써줬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그러고 보니 옳은 일은 아니었다.) 그 글 주제가 어른아이 뭐 이런 거였는데, <양철북>, <푸줏간소년>,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등의 영화를 주 재료로 롤랑 바르트랑 이렇게 저렇게 섞어 버무려서 끼적거렸던 기억이 난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기억이 떠올랐는가 하면 그건 LG아트센터에서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나인(Nine)을 보면서 머릿속을 스친 단어가 '어른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개인이 사회에서 하나의 진정한 개인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지금 귀도 콘티니의 모습은 비단 낯선 남의 나라 누군가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다. 거울을 바라보며 "이제 다 자랐어.", "이제 넌(또는 난) 네(또는 내)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불혹(不惑)이라 불리는 나이. 40살의 귀도는 여전히 9살에 머무르며 현실과 머릿속 공상 속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의 몸은 40살에 머무르지만 머릿속 어딘가의 귀도는 여전히 9살에 머무르고 있고, 그의 몸이 루이자의 곁에, 혹은 칼라의 곁에, 혹은 클라우디아, 혹은 층층이 수많은 여인들 곁에 머무르는 지금 현재에도 실제 그의 머릿속 숨겨진 그는 성 세바스찬 그 바닷가에 머무르고 있다.


"....세상엔 내가 한 명 뿐인걸.
 또 다른 나와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
 또 다른 나와 함께 멋진 노래도 불러보고파.

 여기 있는 나와
 저기 사랑 노래하는 나
 산책을 하는 나
 여기도 저기도 있고파.
 물론 말도 안 되지만.

 난 멜로디와 또 다른 화음을 동시에 노래해.
 나만을 위한 노래,
 귀도, 귀도, 귀도, 귀도, 귀도!

 난 난 나는 시인이자
 또 멋진 철학자
 까짓거 신도 한 번 돼보지 뭐, 믿지는 않지만.
 아니, 절대 빈말이 아니야.

 저 우주 끝까지 모든 사람들, 내게 말해 줘.
 난 당신만 좋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말해 줘.
 제발 할 수 있다.(할 수 있다)
 
 뭐 그쯤이야."


그의 꿈은 사방팔방 이곳저곳으로 향하고, 그의 눈은 여기저기에 쉼없이 머무르지만 그의 머릿속 그 세계를 담아내기에 현실은 너무나 불완전하다. 현실과 비현실, 거울 밖과 거울 안의 쉼없는 부딪침을 겪어내면서 그는 다시 한번 "어른이 되길" 바란다. 이 바람이 스스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어린 귀도를 위로하며 어른 귀도가 되길 바란다. 상실과 상처, 찢어발김을 겪어 내면서 상처입은 그 모습 그대로 자신 앞에 서는 귀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순수하게 아파 낼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다.


"신발끈 준비물 무릎에 상처는
공놀이 하며 평생을 보낼순 없는일
어른이 되길..
배워도 모르지.. 단순한 진리는..
어른이되길..
모두 가질 수는 없잖아..
모든 사람들이 곁에 있는 사랑이 필요하니
혼자 신발을 매고 준비물 사고
넘어져도 털고 일어나
어른이되길.."


비단 귀도의 이야기만은 아닐것이다.
거울 안 숨겨진 스스로를 바라볼 용기없이 그냥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숨겨진 어린 나를 망각해버린 사람들...
모두가 부르는 노래가 되어버릴지도...

(8:00 January 23 at LG아트센터 / casting 귀도 콘티니-강필석)


배우 강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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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8/02/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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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



[기사]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큰 화제가 됐던 영화 '다찌마와리'가 장편 상업영화로 제작된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류승완 감독은 최근 준비하고 있던 영화 '야차'를 잠시 보류하고 자신이 연출했던 '다찌마와리'를 장편 상업영화로 만드는 것을 기획 중이다.
'다찌마와리'는 단편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류승완 감독이 다음 교두보로 준비했던 작품으로 지난 2000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35분 분량으로 임원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6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한국영화의 각종 액션과 당시 대사톤을 패러디해 당시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임원희의 2대8 가르마와 '화녀' '충녀' 등 의도된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다찌마와리'를 통해 류승완 감독은 그 재능을 인정받아 충무로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처럼 옛날 영화의 기운을 물씬 풍기게 만드는 게 류승완 감독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형화 기자(스타뉴스)


올 겨울에 촬영 예정이라던 <야차>를 살짝 미루시고, 뭔가 다른 걸 먼저 준비중이시라는 소식을 슬쩍 흘리셨었다. 그 소식 이후 그동안 '아... 그거라며' 하고 수면 밑에서 조곤조곤 들려오던 이야기가 기사화되어 나타났다. 음..유쾌한 걸 준비중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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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7/11/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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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2.0.
2007.11.01
김영진 편집위원


이명세의 신작 <M>을 보고 다시금 이 중견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작 <형사 Duelist>(이하 <형사>)가 흥행에 실패한 후 그는 대중의 취향보다 너무 멀리 나간 것이 아닌가 점검 중이라고, 다음 영화는 덜 멀리 나간 영화를 찍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영화를 찍는 것은 영화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의 의무지만 동시에 자기 본성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데 대중 반응 때문에 다르게 찍었다고 하는 것은 대개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건 자기 개성대로 영화를 찍을 수 없는 무능의 변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작자의 심정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명세의 <M>은 그가 자기 본성에 충실한 예술가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어쩌면 <형사>보다도 더 그는 말로 따라잡을 수 없는 이미지의 세계로 누구보다 앞서 달려 나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성질 급한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 카메라 움직임, 조명 배치라는 허다한 영화제작의 물리적인 연출 조건을 재현하느라 애간장이 타지 않았을까 짐작될 정도다.

여하튼 완성된 영화 <M>은 간단한 이야기를 놓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로 얼을 빼놓는다. 특히 영화 초반 30분이 관객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이미지의 소용돌이를 안겨주는데, 이 단계에서 만족했다면 다음 전개는 편안하게 따라가게 된다. 그때까지도 도무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갑갑증을 느끼는 관객이 많다면 이 영화는 이명세의 또 한 편의 흥행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게 꿈처럼 펼쳐지는 영화라는 건 일찌감치 영화 초반에 이미 설정돼 있다. 소설가 한민우가 어느 한적한 카페 베란다에 나타나는 초반 장면에서 그를 연모하는 듯 보이는 미미가 안절부절못하며 한민우의 출현을 반기는데, 한민우는 그런 그녀의 동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팔리는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그는, 가계 빚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도와줘야 하는 처지에 소설가로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절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한민우를 미미는 애처롭게 바라보지만 한민우는 미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이 장면은 시공간의 급작스런 비약을 보여주며 미미와 한민우의 겹쳐지지 못하는 시선을 두고 이후 벌이게 될 추적전의 서막을 알린다.

그쯤해서 이 영화 속의 이미지의 논리라는 것은 다 설정돼 있다. 이 영화는 유령과 인간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며, 기억과 추억과 강박을 담는 것이다. 한민우가 고등학생 시절 사랑했던, 그러나 의식 속에서 지우고 있었던 미미가 한민우의 주변을 배회할 때 그건 한민우의 환상일 수도 있고 실제로 미미가 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게 꿈이라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중얼거리면서 젖게 되는 꿈이라고 말하면 간단하고 편리한 내러티브의 구실이 되겠지만 그 정도로 혼미해서는 이명세의 야심이 충족될 리 없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 빛과 어둠, 유성영화와 무성영화, 실재와 재현의 차이를 다 부수고 관객에게 쳐들어온다. ‘우리가 보는 것은 꿈속의 꿈인가,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라는 이명세의 데뷔작 <개그맨>에서의 안성기의 대사는 이 영화를 대하는 관객인 우리의 심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명세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깊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M>의 초반 한 장면에서 출판사 편집장을 고급 횟집에서 만난 한민우는 아직 원고를 쓰지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데 편집장은 그가 완성된 원고를 건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편집장의 말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는 한민우의 모습을 담은 이 장면은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개그로 연출되고 있다. 모든 것이 일상적 리얼리티를 철저히 부수고 있는 이런 처리는, 이명세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똑같은 장면이 역할을 바꿔 재현되는 나중 장면에서는 할 말이 사라진다. 기억과 재현의 관계를 핑계 삼아 이명세는 이것이 한민우의 생활 속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인가, 누구의 시점으로 보여지는가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 재현되는 그 과정 속에 관객을 다짜고짜 끌어들여서는 거기서 지각되는 순수한 움직임의 슬랩스틱적 쾌감을 즐기게 한 다음, 그런데 이렇게 보여지는 것을 보고 있는 당신의 영화관람 경험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보는 꿈보다 더 꿈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꿈보다 더 꿈같은 영화의 정체에 대해 그가 이 신작을 통해 보여주려 한 무모한 야심의 가닥은 아주 추상적인 영화적인 리얼리티로 나아가며,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듯이, 그리고 의식적인 차원에서 살아내는 것보다 더 농밀한 생의 감각을 느끼기도 하듯이, 영화로 꿈을 꾸는 것이 가장 충일한 생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선언하는 데 이르고 있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추상적 테제도 이 영화의 실제 면면을 대하고 있노라면 빈 말이나 허풍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중반 첫사랑을 본격적으로 회상하는 단락을 제외한 모든 장면들이 어둠 속의 미로 찾기처럼 설계된 이명세의 공간은 도심의 소란스런 거리와 골목에 푹신하게 잠기는 어둠의 질감을 선사한 다음, 거기 잠겨 한 가닥의 빛에도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관객도 따라갈 수 있게끔 각각의 화면들이 구성돼 있다.

이에 관해 철학적인 인식론을 들이대며 분석하는 것보다는 꿈속의 꿈처럼 보이게 하는 경험을 즐기는 과정이 이명세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명세는 이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영화의 경험에 그의 연출된 카메라의 존재를 과감하게 들이대며 일종의 예술적 초자아로 군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 점점 더 실제 생활의 일상적 질감들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불만이지만, 그가 극도로 추상화시킨 리얼리티에 우리가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 그렇지만 꿈속에서라면 느껴보고 싶었던 것들이 구현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정훈희의 과거 히트곡 ‘안개’가 주제곡으로 쓰이는 가운데 강동원이 연기하는 한민우가 자신의 약혼자와 살고 있는 화려한 집 거실을 홀린 듯이 돌아다니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리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방사형의 이미지로 마구 발산하는 이명세의 상상력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우리가 어떤 노래를 들을 때 슬프거나 아련하거나 벅차거나 설레거나 하는 여러 감정의 연쇄를 마음속에 담으며 '이것을 혹시 영화로 만들면 어떤 꼴이 될 수 있을까' 상상하는 것의 거의 완벽한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로 이어지는 ‘안개’의 가사는 그 자체로 완벽한 시각적 조응물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영화 <M>은 한민우와 미미의 첫사랑이 펼쳐졌던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되어 그들의 풋풋한 첫사랑은 잠시 기억의 압침에 꽂혀 고정돼 보여진다. 삶처럼 영화도 흘러가며 한 번 지나간 그들의 사랑은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 이명세의 초기작 <첫사랑>에서 보여줬던 주택가 골목길의 풍경처럼 점점 기억의 안개에 가려 망각 저편으로 사라져간 현재 상태에서 이명세는 다시 안개 속의 미몽 그 자체를 헤매는 남녀 주인공들의 방황을 찬미하는 것이다. 혼몽에 빠져 헤매는 그 과정이 어쩌면 삶 자체의 슬픔이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필자는 이명세의 그 무모한 꿈이 관념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첫사랑>을 봤을 때 일상적 리얼리티와 첫사랑의 기억을 추상화시킨 형식의 간극이, 이명세의 스타일이 피하지 못하는 관념성이라 생각했던 것이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러 <첫사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 대한 호의로 바뀐 것은 필자의 변화인지 이명세 영화의 발전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세는 분명히 그 자신은 변하지 않았으며 필자 같은 관객이 무지몽매에서 깨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첫사랑>에서 불변의 첫사랑의 공간을 불러냈던 이명세 스타일은 이 영화 에 선 아예 현재로 옮겨와 정신 못차리고 미몽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마음과 행위를 그려낸다. 그게 이상하게도 말 못할 슬픔을 안겨주었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고 단지 추억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어쩌면 돌이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기억한다는 것은 절실한 삶의 과정이라고, 그리하여 절실한 미몽에 빠지는 것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M>은 한층 꿈꿀 능력을 갈고 닦은 중년 감독의 되살릴 수 없어 슬픈 일장춘몽으로써, 그게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것 때문에 꿈속의 꿈처럼 다가오는 영화의 영원성과 덧없음을 동시에 일깨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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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7/11/05 14:26
TAG M,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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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금성이 떨어진 만큼...그 긴 간극...남자와 여자 사이...

무대 위의 이야기와 객석의 이야기 사이에 전혀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극장 안 무대와 객석을 아우르는 공통의 언어는 하나였다.
"그래, 이거 내 이야기야!"

남자와 여자는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사랑을 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 안에서 그들의 시선은 만나기도 하고 어긋나며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대로와 순정
동시대를 살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 우주를 만들고 다른 세계를 갖고 있는지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서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사랑한다면 모든 걸 다 공유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게임, 친구..등등등..자기만의 세계는 절대 그녀와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 서로 다른 우주를 극복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사랑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극 중 9번의 이별을 극복해냈지만, 10번의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는거겠지. 하지만 그 나이, 그 시간에 이런 과정이 없다면...나중도, 그 다음도...없는 걸거다.

백수와 신혜
결혼이라는 큰 벽 앞에 선 연인은 서로 그 등에 진 짐의 무게에 버거워한다. 연인을 떠나야 하는 신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속물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감당해야 하는 그 나이의 무게와 삶의 무게...그 짐은 함께 질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말이 그리했을 것이다. 아픈 결말이지만 현실의 모습이 결국 저러하지 않을까 ...

원해와 부장
대로와 순정, 백수와 신혜가 겪어온 시간을 이미 다 겪고 훌쩍 넘긴 그 어느 시간 즈음에 자리하고 있는 이 둘은 더이상 사랑이라는 말로 그 삶을 설명하기는 언어가 너무 부족하다. 결국 시간이 이만큼 지나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용납할 수는 있고, 감싸안을 수는 있다는 다른 희망을 알려준다.

남자와 여자...사람과 사람...
결국 다른 개체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원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기 원한다.
불안하고 불안정한 감정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겠지.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
어떻게 한 공간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지 정답이 아닐지 몰라도 그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언제 동굴 속에서 나올건데?

(4:00 October 27 at 대학로예술마당)


* 다른 이야기 하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도 암전의 시간은 고요가 아니다. 그 찰나의 쉼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요즘 연극이 갖는 특성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들, 특히 소극장에 올려지는 작품들은 대부분 암전을 암전 그 자체로 놔두지 않는다. 이는 관객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겠지만, 극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짧은 쉼을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다른 이야기 둘
이 연극을 보면서 머릿속에 내내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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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7/10/29 14:23

* 우리팀 단체관람 영화로 이 영화가 선택된 건 순전히 '강동원' 때문이었다. 우리 팀장님이 이명세 감독의 새 영화가 보고 싶기는 한데..라는 말을 꺼내심과 동시에 '강동원'君의 열렬한 팬이신 최과장님께서 그럼 우리 팀 단체로 보자고 강력히 주장하시면서 그렇다면 개봉하는 날 보자고 여론이 수렴되었다. 물론, 반대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강동원'君에게 괜한 질투심을 갖고 있는 우리팀 막내는 예비군 훈련이 이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망언까지 내뱉었지만 대세는 따라야 하는 법...10월25일 상암CGV에서 <M>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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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들려온 이야기는 영화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난해해서 불편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극장에 가서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한 것은 영화가 관객들을 향해 친절하지는 않지만 난해하다거나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숨기지 않는다.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할건데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구경이나 하라는 필름속 숨겨진 웃음을 엿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영화 쓸데없는 반전으로 관객들을 놀래키려는 어줍잖은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낼뿐이다. 그래서 관객들을 향한 불친절함은 이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삶을 요악한다면 다 한문장으로 줄어들거다. 더군다나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숨겨두었을 첫사랑의 이야기는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첫사랑의 단순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계속 곁가지를 칠 수 있는 것은 추억의 힘이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힘일거다. 결국 영화에서도 단순한 이야기를 머릿속,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영상처럼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가 관건이겠지.

낯설지 않은 풍경,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그 공간 안에서 인물들은 쉼없이 사고하고, 움직인다. 그 움직임의 모습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현실에서 벗어난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현실과 망상, 꿈의 세계를 넘나드는 시공간의 초월을 단순히 몽환적인 분위기로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의 움직임으로 제시한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분명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임에도 그 안에서 계속 사고를 진전시켜야 하는 것은 현실 자체가 어쩌면 뚜렷한 결과값을 가진 존재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일거다. 결국 장자의 나비를 여기서 다시 만나야 하는 것일지도.

예비군 훈련을 영화보더 더 원했던, 현재진행형의 가슴 절절한 연애 중인 우리팀 막내와, 이미 절절한 연애의 시기는 훌쩍 넘기고 집에 가서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과장님, 무언가 추억할 시간을 곱씹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 그러고보니 사람들은 다 숨겨진 키워드들을 가지고 살고 있다.


(with 우리팀 / 7:20 October 25 at 상암CGV)


*화면 안에서 잘생기고 예쁜 얼굴로 보이는 것을 과감히 포기한 강동원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그럴듯했다. 지난 작품이라고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밖에는 보지를 못했지만 그간 TV나 기타 등등의 매체를 통하여 접한 모습을 고려할 때 <M>에서의 이 배우는 한자리에서 정체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래서 계속 진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음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투영될지 기대가 된다.

* 이인성의 소설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낯선 시간 속으로>... 영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어떤 지점에서든지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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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7/10/26 11:10
<시카고>는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무언가가 있었다. "와! 정말 좋은걸." 이런 반응은 아니더라도 "재밌었어. 좋았어." 이런 반응은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절대로 실망은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작품 자체도 재미있을거라는 확신이 들고, 캐스팅도 그럭저럭 맘에 들었음에도 선뜻 공연장으로 향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공연장이라기에는 무대와 객석이 너무나도 머나먼 곳에 위치한 그곳, 1층이 아닌 이상 무대를 배우의 연기보다는 전체적인 실루엣만 보아야 하는 그곳에서 티켓가격까지 역시 세종문화회관답게 VIP석 13만원/R석 11만원/S석 9만원/A석 7만원/B석 5만원/C석 3만원 이라니...S석만 되도 제대로 못볼텐데 싶어 그냥 넘겨버린 공연이었다. 또한, 아무리 재미있다고 하나 꼭 보아야만 하는 공연인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랬던 시카고가 '문화의 날 기념 서울문화재단 특별기획공연'으로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다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티켓 가격도 아주 착하게 VIP석 5만원/R석 4만원/S석 3만원이라는 것이다. R석을 KB카드 15%할인을 받으니 34,000원. 캐스팅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보고싶던 뮤지컬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열린극장 창동"은 텐트형 이동식 극장이라고 하는데 들어가면 어딘가에서 삐에로가 튀어나오고, 곰이 커다란 공을 굴리며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구석에서는 마법사가 뾰로롱~거리고 있고 말이지. 이동식 극장이라고 해서 정말 그 커다란 텐트를 접어서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운영방침이 있겠지. 다른 공연장들에 비하여 아주 단촐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객석의 의자가 소위 야구장형 의자라고 해야할까. 뭔가 앉으면 좀 불편하다 싶은(게다가 연결이 되어 있어 한 사람이 다리를 떨면 그 라인은 계속 덜덜거린다는) 그런 객석이었고, 휴게시설이나 편의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계속 부풀어오르는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자가 불편하다한들 "예술마당"보다야 괜찮았으니, 이 정도야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거지. 그리고 그 곳에서 시카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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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솔직한 내면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솔직함과 마주했을 때 그 모습은 얼마나 추한가. 언어는 사람을 속인다. 언어는 절대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어서 그 말 안에 숨겨진 가치의 측정값과, 온도, 색깔들이 혼재되어 발화된다. 솔직함, 내면...이 단어들은 이미 그 자체로 긍정을 내포하고,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를 전해주며, 온기 가득하지만 절제된 풍경을 펼쳐보인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만들어 낸 실체는 추악하고 날 것의 삶을 보여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속되는 배신,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살인, 생명의 가치나 사람의 존재는 어디론가 던져버린채 사람들의 관심을 당길만한 소위 낚시질만을 자행하는 언론, 변호사, 사회...그 사람들이 너도 나도 절대로 다른 모습일 수 없음을. 모두는 추악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임을 각기 다른 목소리로 보여준다. 록시 하트도 벨마 켈리도 단 한 순간 자기 손에 죽어간 사람들에 대하여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 죽을만한 사람들이었다면 오로지 거울 속에 비친, 신문 위에 펼쳐진,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빌리 플린이나 마마 모튼이 드러낸 속물이라면 무대 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나머지 인물 모두 나름의 속물의 솔.직.한 삶을 보여 준다. <시카고(CHICAGO)>가 무대 위에서의 생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그 처절한 솔직함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 없는 현실...무대와 현실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맞닿아 있다.

록시 하트에서 벨마 켈리로 변신한 최정원은 이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배해선이 아무리 잘한다 한들(아마 옥주현도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벨마를 뛰어넘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이는 능력의 차이라기 보다는 무대 위에서 쌓아온 그 시간이 준 숨겨진 그 무언가가 작용했기 때문일거다. 최정원이 무대를 휘어잡는 힘은 정말 대단했다. 극 중 벨마가 품위 없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푸념을 하듯, 오랜 시간 무대위에서 홀로 빛나는 별이었던 그녀가 그 별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나누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들었는지 이번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배우가 극 중의 인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극 중의 인물을 통해서 배우를 찾게 될만큼 스스로의 색깔이 너무나 강하고 뚜렷해서 어쩌면 대단한 배우인만큼 그 한계를 스스로를 통해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년 <프로듀서스>의 울라를 보면서 그녀는 그 한계를 만나기에는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벨마 켈리로 새롭게 만난 그녀는 빛나는 사람이었다.

너무나 안타깝던 <댄싱섀도우>에서 그 무대를 지키는 힘을 보여주었던 배해선, <유린타운>부터 쭈욱 관심에 관심을 더하게하는 김경선까지 좋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미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찬 바람이 좀 많이 불던 토요일 저녁 생각보다 좀 멀던 창동까지 다녀온 길 ... 좋.았.다.라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7:00 October 20 at 서울열린극장 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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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희누나
Eujlogiva Life/Audience Life l 2007/10/23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