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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jlogiva Life/Audience Life'에 해당되는 글 171

  1. 2009/12/24 아직 기억하는 이름.....<영웅>
  2. 2009/01/23 200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3. 2008/11/11 [피아노의 숲] (5)
  4. 2008/10/26 [사과] (3)
  5. 2008/09/18 [20세기 소년(Twentieth Century Boys, 2008)] (6)
  6. 2008/07/1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10)
  7. 2008/06/30 [원티드(Wanted, 2008)] (3)
  8. 2008/04/21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3)
  9. 2007/11/23 [기사]인터넷영화 전설 '다찌마와리', 장편영화로 부활 (6)
  10. 2007/11/05 [기사]김영진의 러프 컷 - [M], 절실한 일장춘몽

아직 기억하는 이름.....<영웅>

 

뮤지컬 <영웅>

 

 

 

 

천성이 착하지 못한 탓인지...삐딱하게 보는 걸 좋아하는 탓인지...

정답이 뻔하게 보이는 문제에 대한 천성적인 거부감이 있다.

그러니 애국심에 호소하는 행동,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이야기들에는 나도 모르게 바로 거부감이 들곤 했다.

그건...정답처럼 여겨졌기 때문일거다.

 

 

 

그런데...<영웅>을 보러 갔다.

주인공의 이름만 보고서도 무슨 이야기일지 너무나 뻔해서 절대 선택하지 않을...

그것도 전혀 검증된 바 없는 창.작.뮤.지.컬...

더구나 보는 내내 하품을 참아낼 수 게 만들었던 <명성황후>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작품

 

 

 

아마도..아니..분명히..배우의 이름이 아니었더라면 절대..NEVER 볼 생각조차 안했을거다.

(그러니...배우의 이름이라는 게...중요하기는 참...중요하다...)

항상 이름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 류정한과

몇 년 사이 아...이 사람은 TV로 갈 필요 없겠구나 싶게 자리를 확고히 잡은 정성화가 더블캐스팅 되었다는 이야기에..

그래 어쩌면 하는 기대를 아주 살포시 가지게 만들었으니...그렇게..이 작품을 보러 가기로 결정을 하고...

가을이 완연하던 어느 날 예매를 해두고...긴 시간을 뛰어넘어 지난 11월 <영웅>을 보기 위에 LG 아트센터를 찾았었다.

그리고 또 한 번...그리고도 또 한 번....

 

 

 

윤봉길 도시락 폭탄,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 이렇게 무슨 공식 외우듯 외웠던 그 어느 시절의 역사가

좁은 무대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진 속 누군가가 아닌 살아있는 아니 언젠가의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되살아나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내 나이 즈음...저 멀리 고향집에 어머니와 아내 얼굴도 채 익히지 못했을 아이들을 남겨둔 채

망해버린 한 나라의 국민, 군인으로서만 살아야 했던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지금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해 항상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무대 위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나라 잃은 젊은이들은 일찍 철이 든다'는 게 정말 맞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버린 채 품은 뜻을 향해서 오롯이 달린 사람들의 삶 조차도 제대로 기록되지도 평가받지도 못한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면서 생각은 또 바다를 건너...

바다 건너 저 섬나라에 살던 그 사람은 아...그 사람도...삶이라는 것도

우리가 배워오고 알아온 역사속 한 인물로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존재하는 무엇이 있었구나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을 그렇게 이끈 것이 <영웅>이 가진 매력이었다.

이토에 대한 시선을 단순히 국사책 한 구석의 단어 몇 개로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논리를 부여하면서....저 사람은 저 사람의 역사 속에서 택할 수 있었던 여러 갈래의 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길을 택했던 거라는...그래서...그 길이 내가 배운 역사속에서는

아픔으로 자리잡았지만....그에게는 또 그들에게는....

 

 

 

안중근과 이토의 이중창을 들으면서....사람과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저 둘 각자의 조국(낯간지러운 표현이라 좋아하지는 않지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법에 있어서는 공통분모가 꽤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할 수 있었다.

다만...

각자가 꾸고 있는 꿈을 실현함에 있어 상충되고 부딪쳐 상채기를 내고...

결국은 누군가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포기한 채 차가운 권총을 들게 만든 것...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

 

 

 

낯선 타향에서 각자 다른 언어로 또한 문화로 부딪치면서....

고픈 배를 공유하는 사그러진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들렸던 만두...

웃고 있지만 눈물 어린 그 노래를 들으며...힘없는 나라가 개인에게 요구하였던 희생의 한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왜 아직 철이 들지 않아도 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철이 드는 삶을 택했는지...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냥 시큰한 눈을 부빗거리는 것이

다시 만난 <영웅>이 걸어온 이야기였다.

 

 

 

각자 다른 말의 억양, 속도, 색깔, 게다가 다른 '아리랑'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하나의 이야기를 나누고...오늘이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삶을 치열하게 사는 모습...

왜 그들은 사는 것이 숨쉬는 것이 치욕이라고 여겨야했을지...그리고...돌이켜보면...그다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나 오래된 저 멀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무대를 바라보며 지극히 교과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도 놀랐지만...

좀 쉬어가라며....호흡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면에서도 마음껏 편할 수 없는...그런 마음으로...

그저 눈물 겨운 만두를....눈물 겨운 채가구역을....지켜봐야했다.

 

 

 

그리고...어머니....

'엄마'라는 말이 주는 공기의 파장은 어느 순간에서도 심장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 법이다.

젊은 나이에 멀리 떠나 끝이 뻔히 보이는 삶을 사는 아들을 위해 그저 눈물 삼켜 기도하는 어머니의 삶이...

그게..사는 것이었을까....

그 아들을 위해서...스스로 수의를 지어 보내던 그 손길은...또 얼마나 많은 울음을 쏟아냈을까....

짧고도 가혹한 모자의 연을 노래하며...그저 품에 한번 안아보기라도 했으면...그렇게라도 했으면을 노래하는...

어머니의 모습에...휴우...

 

 

 

 

평생을 궁녀로 살면서 스스로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자신을 내던졌던 설희의 삶....

그 아이가 황혼의 자리에 서 있는 이토를 만나 스스로 살아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그 삶과...새롭게 마주한 삶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려하며...한발작 한발작 내딛는 그모습도...

 

열 여섯 소녀의 설레는 첫사랑 따위는 허락도 되지 않는 쉽사리 사그러진 링링의 삶도.....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대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나 뻔하게 보여주고 있음에도

기대한 것과는 달리...잘 짜여진 이야기로 사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계속 무언가를 곱씹게 만드는... 

무대 형상화의 놀라운 모습 따위는 말하지 않아도 될만큼....

오래간만에 꽤 많은 이야기를 걸어온 .... 그런 작품을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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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S1
S2
S3







01.29.Thur

-



-



19:0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 95min
개막식 Opening Ceremony







01.30.Fri
13:3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16:3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19:30
4월 April
78min
시네토크_정윤철







01.31.Sat
13:3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 91min

15:30
거울
The Mirror / 108min
시네토크_정가형제

19:00
1월 작가를 만나다
강이관
사과 Sa-kwa / 118min







02.01.Sun

13:00
4월 April
78min


15:00
란 Ran / 160min
시네토크_변영주


20:00
겟카터
Get Carter / 112min







02.02.Mon
휴관
휴관
휴관







02.03.Tue
14:3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17:0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127min

20:0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02.04.Wed
13: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 95min

16:00

Ran
160min

19:3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시네토크_김영진







02.05.Thur
14:00
영화관 속 작은 학교
빼꼼의 머그잔 여행
Mug Travel
76min

17: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9:0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시네토크_배창호







02.06.Fri
13:0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16:0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19:0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 127min
시네토크_오승욱







02.07.Sat
13: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15:3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시네토크_박찬욱

19:0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시네토크_박찬욱







02.08.Sun
12:3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시네토크_오승욱

16: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대담_오승욱+박찬욱

19:3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135min







02.09.Mon
휴관
휴관
휴관







02.10.Tue
14: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7:30
무셰트
Mouchette
78min

19:30
열대병
Tropical Malady / 18min
상영 전 영화 소개_관객







02.11.Wed
14:3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17: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9: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시네토크_김성욱







02.12.Thur
13:00

Ran
160min

16:3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19:0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시네토크_류승완







02.13.Fri
14: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16: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9:30
무셰트
Mouchette
78min







02.14.Sat
14:30
열대병
Tropical Malady
118min

17:0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시네토크_김지운

20:0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02.15.Sun
13: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시네토크_이명세

16: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시네토크_안성기

20:00
거울
The Mirror
108min







02.16.Mon




19:00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02.17.Tue
13:0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17: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20:0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02.18.Wed
15: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17:3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20:00
4월
April
78min







02.19.Thur
14:30
무셰트
Mouchette
78min

16: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19:0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시네토크_권해효







02.20.Fri
14:3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17:3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19:3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시네토크_하정우+전계수














02.21.Sat
14:00
무셰트
Mouchette
78min

17:00
2월 작가를 만나다
이경미
오디션 Audition / 16min
잘 돼가? 무엇이든
Feel Good Story / 36min

19:00
2월 작가를 만나다
이경미
미쓰홍당무
Crush And Blush
100min







02.22.Sun
14:00
탐욕
Greed
128min(24fps)
시네토크_홍상수

17:30
열대병
Tropical Malady
118min

20:0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02.23.Mon




19:30
영화·희망·나눔 영화인 캠페인*







02.24.Tue
15: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7:30
무셰트
Mouchette
78min

20: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02.25.Wed
15:0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17:3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20:0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02.26.Thur
15: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17:3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20:00
그랜드 뷔페
130min







02.27.Fri
15:0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17: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20:0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02.28.Sat
14: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7:3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19:30
탐욕
Greed
128min(24fps)







03.01.Sun
14:3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17:0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20:0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모든 외국어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제공됩니다.
= English Dialogue, = English Subtitled


과연 몇 편의 영화나 보러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체크는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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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어렸을 때 TV에서 보던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은 매우 감동적이 행사였다. 라면만 먹고 뛰었다던 선수나, 우유 마시는 게 소원이라는 그 눈물겨운 고백들은 스포츠라기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체구도 작고, 힘도 약해 보이는 선수들이 거구의 외국 선수들을 이기고 메달을 따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주곤 했다. 2002년 온 나라가 축구 하나에 미쳐 있던 그때에도 그랬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았고, 세상이 뒤집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들 감동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으니...그래 그땐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땀냄새가 찐득한 눈물이 항상 같은 감동으로 와 닿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기도 했다. 그냥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치열한 삶이 숨겨진 채 그냥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 


숲 속의 그 근사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어쩌면 가지지 못한 천재성에 대한 동경을 이런 억지스러운 말들로 풀어내고 있나 보다. 치열하게 매달리고 매달리면서 별다른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지 못하면서 포기하지 못하고 매일을 일상에 매달리고 있다보니 ......



(with Mom / 5:40 November 8 at 상암CGV)



* 보러 가기 전 가장 궁금한 건 과연 '카이'의 피아노를 어떤 소리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만화책에서는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지만 실제 귀에 들리는 소리가 그 상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스크린 위로 겹치는 소리들이 꽤 근사했다. 그림만 보면서 상상하던 그럴싸한 소리였다. 이게 뭐지? 궁금해하다 찾아보니 '블라드미르 아쉬케나지'였단다.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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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Twentieth Century Boys, 2008)]  (6)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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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만약에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과, 살면서 가져야 할 감정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 살면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 모든 것들을 시작하기 전에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만약에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과, 살면서 가져야 할 감정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 살면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교과서가 있다면


어느 한순간도 지금에 익숙하지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접한 언어, 사용한 말들에 대해서도 순간순간 조심스러운 것처럼, 꽤 오래 해 온 일에도 손이 주저하게 되고, 꽤 오래 알아온 사람 앞에서 마음이 주저하게 된다. 살면서 끊임없이 '힘들다, 지친다.'라고 느끼는 건 어느 한순간도 지금 당장의 일과 감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의 과정임에도 한 번도 익숙하지 않은 서투른 몸짓들...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모습들...

너무 뻔하게 이야기되는 단어이지만 항상 막연한 '사랑'도 그 감정을 온전히 학습하는 건 힘든 일인가 보다. 사람마다 사랑을 학습하는 속도가 같지 않을뿐더러, 다 다른 언어로 그 사랑을 정의한다. 시작하는 순간이 달랐던 것처럼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도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그 사랑의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어 누구나 원하는 해피엔딩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그 어긋난 조각들 앞에서 치열하게 아파할 수 있는 건 삶에 능숙하지 않은 젊음의 특권일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자기 삶에 허덕거리면서도 그 허덕거림을 감추고, 지친 모습으로 늘어진 누군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울어줘야 할테니까...다 내 탓이라고. 나 때문인 모양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어줘야 할테니까...그때쯤 되면 서툴지 않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랑의 언어는 각자 다르다. 방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절절한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몸짓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사랑의 주인공들은 함께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랑을 하는 건 자기 자신 혼자인 거지...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 다른 표현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랑이 서로 와 닿지 못하고 계속 어긋난다고 해도 그 모든 사랑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서 지금 이 순간도 다들 현재 진행형의 절절함으로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현정씨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긋난 감정들 속에서 지나온 시간들과, 지나온 감정들을 긍정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노력을 하게 되는 걸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한 고개 넘어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거라고...어설프고 서툴지만 그런 오늘을 살아내야 언젠가의 오늘에는 조금은 나아진 모습으로 설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먹먹한 마음을 위로해 본다.



그 건물에서 제일 예쁜 현정씨가 이제는 행복해지면 좋겠다.



(6:40 October 25 at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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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Twentieth Century Boys, 2008)]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일제 시대때 만들어진 집이다. 물론, 집의 100%가 다 일제 시대때 만들어졌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순 없다. 수없이 많이 수리를 하고 고쳐가며 쓰고 있으니까...다다미방이 남아 있는 곳은 2층뿐이다. 1층은 구조만 남아 있을뿐 난방도 되고, 창도 다 2중창으로 바뀐 그냥 집이다. 하지만, 2층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난방도 되지 않고, 50여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2층 밖에 틀어박혀 있으면 시간이 좀 천천히 흐른다. 예전에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일본으로 아주 짧게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일본쪽 일을 봐주시는 선생님 댁에 머물렀는데 그 집은 전혀 현대적으로 수리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머물러버린 교토에 사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삐그덕대던 그 소리들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나에게 일본은 그런 나라다. 세계 경제 대국이고, 우리나라와 아픈 역사로 얽혀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이지만...결국 그 안에는 정체된 시간이 있다. 그곳의 공기는 참 무겁고 무겁고 무겁다. 내 머릿속의 일본은 그렇다. 그러고 보면 일본을 제대로 만나거나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일본땅을 밟았던 것은 항상 너무나 분명한 목적이 있었었고, 그렇다보니 일본 자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접했던 일본 문화는 너무나 편식되어 있어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쓰메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오쿠다 히데오...이런 작가들 외에는 기억나는 작가가 없다. 일본 만화를 좋아한다고 한들...그것도 매우 편식! 아다치 미츠루, 우라사와 나오키...이게 끝인가보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만난 작품들 속에서의 일본은 "현재진행형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어."에 관한 말은 잘 건네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는 이랬었어. 아니면 아예 일본에서 벗어난 어떤 세계의 이야기를 건넨다. 결국 난 일본을 만나볼 기회가 별로 없는 거다. 


영화 한 편 보고 와서..왜 일본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글이나 끄적거리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던 <20세기 소년>을 극장에 가서 보고 왔다. 이미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한 번 실망을 했으며,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어느 포인트에서 더욱 실망하게 되는지까지 대충 들은터라 그냥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이나 하자는 맘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기억속의 만화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스크린에 펼쳐진 <20세기 소년>을 만나고 왔다. 그렇다면 영화는...


영화는 사람들이 건네준 말들과 거의 일치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들. 과연 만화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스크린 속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이미 자기가 주인공임을 너무 많이 드러내는 켄지도 그렇지만, 가장 놀랬던 건 마지막에 등장하는 칸나일 것이다.). 또한, 딱 이 장면에서 뭔가 강조점을 한번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라는 기대치를 무시하고 마냥 흘러가는 이야기...원작이 있는 작품이 넘어서야 할 많은 산들 앞에서 주저앉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 수도 없이 팔렸다는 <20세기 소년>을 읽은 사람들이 다 똑같은 장면에서 반응하지 않을테니, 감독 나름의 강조점은 나와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림과 비슷한 인물을 찾아낸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지 않은가. 기대한 얼굴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24권..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결같던 어떤 인물의 인상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긴박감있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더 잘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축 늘어져 버리니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어쨌든 그렇게 <20세기 소년>을 만나고 왔다. 서태지 뮤직비디오는 의외로 잘 어울렸고, 2편에 대한 예고는 그다지 기대감을 주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책장에서 만화책을 우수수 쏟아내려 한 호흡으로 24권을 그냥 쭈~욱 읽어줬다.



(6:15 September 13 at 메가박스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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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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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달은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도 있구나 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한 그런 날들이었다. 과연 일정에 맞춰 OK를 낼 수 있을지, OK를 내면서 2건의 기획안과 개편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사이 사이 끼어드는 잡다한 공격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등등 복잡한 일들이 가득이었다. 그 와중에 팀장님께서 일이 좀 마무리되면 우리팀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셨고, 그 말에 누군가가 17일날 놈놈놈을 보러가자고 이야기를 꺼냈고, 뭐 재미있을거라는 누군가의 기대가 더해져서 그냥 7월 17일은 영화보러 가는 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초반부터 날 괴롭히던 디자인 덕분에 17일에 일은 다 끝나지 않았고, 18일로 출력 일정이 잡혀버린데다가,  갑자기 저자 선생님께서 너무나 찜찜했다면서 원고를 한부분 갈아끼우시겠다고 해서(이왕 찜찜하시려면 지난 시간 동안에는 뭘하시고 OK낼 때가 다 되어서..) 출력실에 넘겨야 할 최종 파일이 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거다. 어쨌든 일은 그대로 쌓아 둔 채 이사님께서 과감히 허락하신(?)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상암CGV로 가서 소문이 무성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주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공통적인 의견은 재밌다는 것, 물론 영화가 마치고 가장 처음에 나온 말들은 "정우성, 진짜 멋있다." 였지만... 누군가가 좀 고어한 면도 있다는 표현을 했던데(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아직 출처를 찾지 못했다), 그 고어한 요소들이 너무나 휙~지나가 충격이 덜할만큼 무언가를 계속 던진다. 게다가 139분이라는 런닝타임을 보고 마실 것 하나 들고 들어가지 않았는데, 중간 아주 살짝 지루했던 몇 장면 외에는 가쁜 호흡으로 지나가 체감한 런닝타임은 그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화면이나 장면별로 큰 튕김없이 유쾌하게 빨리 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꽤 큰 장점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 많은 공을 들였을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주는 후반부의 만주 벌판에서의 추격 장면은 말발굽 소리에 맞춰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할만큼 꽤 유쾌하다. 화면, 장면의 전환, 사운드 등 많은 요소들이 군더더기 없이 빠른 호흡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편이어서 그냥 별 생각없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마냥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전반적인 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
나는 소설을 읽던지, 음악을 듣던지, 그림을 보던지, 무대 위에 올려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던지 '이.야.기'의 형태로 분해하고 감상하는 것을 즐겨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그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 영화가 가진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는 것이 나의 영화 관람의 거의 전부이다. 장르에 대한 이해나 사전 학습 없이 그냥 순간을 향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 '이.야.기' 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다양한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등장하고 있는지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또한, ~놈~놈~놈 세 명을 보면서도 '왜?'라는 생각을 계속 할만큼 그들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다 말아버린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물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라고 볼 수도 없고, 그 외에도 워낙 볼거리가 충분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방대하게 풀어놓은 스케일 안에서 빈약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를 '이.야.기'로 읽을 때, 고려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물이다. 과연 누가 나와서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하느냐가 문제일테니까 말이다. 제목에 충실한 작품 감상법에 따르자면 이 영화는 인물 중심의 영화일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제목에서부터 누구!누구!누구!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빈약한 흐름을 가지다 보니 인물 역시 빈약한 흐름 속에 묻혀 버렸다. 각각의 인물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각작의 캐릭터를 설명한 것이라면, 박도원(정우성)이 왜 좋은 놈인지는 영화 상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한 것이 하나 있다면 스크린 상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외모와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시 멋있군."이라는 말을 내뱉게 만든다는 것 정도? 이것은 배우 정우성이 하는 역할이지 놈놈놈의 박도원의 역할은 아니니 그조차 좋은 놈으로의 조건은 아닐거다. 또한, 좋은 놈으로 지칭한 것이 나름의 역설이나 반어라면 세 명이나 되는 인물을 내놓고 각자의 캐릭터를 꼬고 또 꼬게 되는 것이니 그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그리고 윤태구(송강호)와 박창이(이병헌)의 관계나 그들의 성격, 행동 등은 연계성 없이 그냥 흘러간다. 전혀 유기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하나둘씩 모여 있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또한, 각각의 인물이 서로 다른 위상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조금의 언발런스한 느낌도 받았다. 그들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이미지로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
친절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허술하고,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과연 뭘까 싶기도 하고, 혹시 다른 편집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이래저래 헛점이 보이지만 영화 보면서 계속 웃을 수도 있었고,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하늘을 날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시원해지는 기분도 느꼈고, 화면도 멋졌고, 사운드도 괜찮았고, 나름 공을 들인 흔적들도 엿보이고 무엇보다 139분이라는 시간동안 재미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별점을 혼자 슬쩍 남겨 둔다.

(with 우리팀 / 4:30 July 17 at 상암CGV)


* 꽤 이름이 있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연 비중을 어떻게 조절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한 일이었다. 그런데 셋 중에서도 무게감은 각각 다르더라.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한 명이고, 누군가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역할을, 누군가는 이 와중에도 혼자서만 멋있어야 하는 역할을 뭐 그렇더라. 만약, 남은 필름들이 많다면 각각의 놈들을 위한 버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 정우성의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배우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너무 일찍 인기를 얻는 것도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역도 하고, 조연도 하고, 과감히 편집되서 다 날아가 버려도 지장없는 역할을 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를 배워나갔다면 좀 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일찍 떠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비중 있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배우가 되어 버린 지금에서도 연기에 대해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배우로 살아야 한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서도 배우 스스로의 입장에서도 참......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본 아줌마들이 열광한다는 무슨사마 그 분도 살짝 떠올랐다. 불행한 배우로 치자면 그분이 일등인듯!

*** 하나 궁금한 건...칸 영화제 때 이 세 명이 짠~ 등장하기 전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았었나 하는 거다. 솔직히 무슨 영화를 찍고 있는지, 무슨 영화가 개봉할건지 이런 소식에 그닥 민감하지 않아서 어느 날 갑자기 "~놈, ~놈, ~놈"이런 이야기가 마구 퍼지는데 '왜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만 가득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내가 이런 소식에 둔감하기는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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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Wanted,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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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오는 영화인지,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러 갔었다. 예매권 있다고 보고 싶은 영화 있으면 골라보라고 했더니 우리 동생님께서 고르신 영화이다. "Wanted"..제목만 듣고서는 <황야의 무법자>類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서부의 광활한 사막같은 건 나오지도 않더라.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보는 내내 만화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원작 만화(만화라는 용어는항상 애매모호하다. comics와 cartoon 그리고 animation은 각각 어떻게 구분되는지 여전히 헷갈린다)가 있는모양이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뭔가 남들과 다른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저 바다 건너 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일상적인이야깃거리이다. 매우 신축성이 좋은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맨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충분히 ○○맨으로의 성격을 가진다. 게다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매우 뿌듯해하는 모습까지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건너편 동을 바라보며 똑같이 생긴 그 작은 네모네모가 하나하나 반짝거릴 때, 다 똑같아 보이는 저 작은 네모들속에는 다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나에게 저 다른 네모들은 그저 내 삶을 지탱하는 풍경이상 되지 못하지만, 저들의 삶에서 나는 또 작은 풍경의 일부겠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그런 작은 박스 안에 촘촘히틀어박힌 샐러리맨들, 쭉 뻗어 팔 너비 만큼의 공간박에 부여받지 못한 다 똑같아보이는 그들에게도 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있겠지. 비록 그들에게 엄청난 능력을 가진 숨겨진 아버지(게다가 엄청난 유산을 남겨줄)가 없고, 과감히 회사를 때려치울 그날까지 정신병자같은 상사에게 한마디도 해보지 못한채 신경안정제만 삼키더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자기 자신의 일부인양 굳어버린 일상을 과감히 뛰쳐나갈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뛰쳐나간 그 곳에 어떤 삶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실제의 삶은 영화같지 않아서 Ctrl+z가(아 물론 이는 이 영화와는 살짝 상관이 없지만) 없다. 한번 갔으면 그만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있는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게 박차고 나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 누군가를 동경한다. 누구나...누군가..이런 모호한 표현이 맘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닮고 싶은 목표이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버지라는 삶의 틀은 항상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나에게는?


영화를 보면서 그냥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이 생각났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호흡이 빠르다. 숨쉴 틈을 그다지 주지 않은채 계속 흘러간다. 화면도 이야기도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그냥 재미있는 액션 영화 한 편으로 읽힐 수도 있다. 무료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꽤 충분할만큼 재미있게만들어 놓았다. 어쨌든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는데...나처럼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좀 많이 재미있을 수 있고,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던 우리 동생님같은 경우는 예고편이 다였다며 살짝 실망을 해주셨다. 예고편만으로는 나름 더 재미있을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



(with KT君 / 7:05 June 28 at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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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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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4월 16일.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나는 여기에 1분간 함께 있었고, 나는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건 당신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으니까.

5년 전 4월 1일...거짓말같이 떠나버렸던 장국영을 만나고 왔다.
그들은 스크린 안에서 여전한 모습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with 우리팀 / 3:50 April 3 at 광화문스폰지하우스)

발 없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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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터넷영화 전설 '다찌마와리', 장편영화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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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



[기사]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큰 화제가 됐던 영화 '다찌마와리'가 장편 상업영화로 제작된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류승완 감독은 최근 준비하고 있던 영화 '야차'를 잠시 보류하고 자신이 연출했던 '다찌마와리'를 장편 상업영화로 만드는 것을 기획 중이다.
'다찌마와리'는 단편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류승완 감독이 다음 교두보로 준비했던 작품으로 지난 2000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35분 분량으로 임원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6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한국영화의 각종 액션과 당시 대사톤을 패러디해 당시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임원희의 2대8 가르마와 '화녀' '충녀' 등 의도된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다찌마와리'를 통해 류승완 감독은 그 재능을 인정받아 충무로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처럼 옛날 영화의 기운을 물씬 풍기게 만드는 게 류승완 감독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형화 기자(스타뉴스)


올 겨울에 촬영 예정이라던 <야차>를 살짝 미루시고, 뭔가 다른 걸 먼저 준비중이시라는 소식을 슬쩍 흘리셨었다. 그 소식 이후 그동안 '아... 그거라며' 하고 수면 밑에서 조곤조곤 들려오던 이야기가 기사화되어 나타났다. 음..유쾌한 걸 준비중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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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김영진의 러프 컷 - [M], 절실한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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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2.0.
2007.11.01
김영진 편집위원


이명세의 신작 <M>을 보고 다시금 이 중견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작 <형사 Duelist>(이하 <형사>)가 흥행에 실패한 후 그는 대중의 취향보다 너무 멀리 나간 것이 아닌가 점검 중이라고, 다음 영화는 덜 멀리 나간 영화를 찍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영화를 찍는 것은 영화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의 의무지만 동시에 자기 본성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데 대중 반응 때문에 다르게 찍었다고 하는 것은 대개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건 자기 개성대로 영화를 찍을 수 없는 무능의 변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작자의 심정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명세의 <M>은 그가 자기 본성에 충실한 예술가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어쩌면 <형사>보다도 더 그는 말로 따라잡을 수 없는 이미지의 세계로 누구보다 앞서 달려 나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성질 급한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 카메라 움직임, 조명 배치라는 허다한 영화제작의 물리적인 연출 조건을 재현하느라 애간장이 타지 않았을까 짐작될 정도다.

여하튼 완성된 영화 <M>은 간단한 이야기를 놓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로 얼을 빼놓는다. 특히 영화 초반 30분이 관객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이미지의 소용돌이를 안겨주는데, 이 단계에서 만족했다면 다음 전개는 편안하게 따라가게 된다. 그때까지도 도무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갑갑증을 느끼는 관객이 많다면 이 영화는 이명세의 또 한 편의 흥행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게 꿈처럼 펼쳐지는 영화라는 건 일찌감치 영화 초반에 이미 설정돼 있다. 소설가 한민우가 어느 한적한 카페 베란다에 나타나는 초반 장면에서 그를 연모하는 듯 보이는 미미가 안절부절못하며 한민우의 출현을 반기는데, 한민우는 그런 그녀의 동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팔리는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그는, 가계 빚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도와줘야 하는 처지에 소설가로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절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한민우를 미미는 애처롭게 바라보지만 한민우는 미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이 장면은 시공간의 급작스런 비약을 보여주며 미미와 한민우의 겹쳐지지 못하는 시선을 두고 이후 벌이게 될 추적전의 서막을 알린다.

그쯤해서 이 영화 속의 이미지의 논리라는 것은 다 설정돼 있다. 이 영화는 유령과 인간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며, 기억과 추억과 강박을 담는 것이다. 한민우가 고등학생 시절 사랑했던, 그러나 의식 속에서 지우고 있었던 미미가 한민우의 주변을 배회할 때 그건 한민우의 환상일 수도 있고 실제로 미미가 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게 꿈이라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중얼거리면서 젖게 되는 꿈이라고 말하면 간단하고 편리한 내러티브의 구실이 되겠지만 그 정도로 혼미해서는 이명세의 야심이 충족될 리 없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 빛과 어둠, 유성영화와 무성영화, 실재와 재현의 차이를 다 부수고 관객에게 쳐들어온다. ‘우리가 보는 것은 꿈속의 꿈인가,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라는 이명세의 데뷔작 <개그맨>에서의 안성기의 대사는 이 영화를 대하는 관객인 우리의 심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명세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깊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M>의 초반 한 장면에서 출판사 편집장을 고급 횟집에서 만난 한민우는 아직 원고를 쓰지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데 편집장은 그가 완성된 원고를 건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편집장의 말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는 한민우의 모습을 담은 이 장면은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개그로 연출되고 있다. 모든 것이 일상적 리얼리티를 철저히 부수고 있는 이런 처리는, 이명세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똑같은 장면이 역할을 바꿔 재현되는 나중 장면에서는 할 말이 사라진다. 기억과 재현의 관계를 핑계 삼아 이명세는 이것이 한민우의 생활 속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인가, 누구의 시점으로 보여지는가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 재현되는 그 과정 속에 관객을 다짜고짜 끌어들여서는 거기서 지각되는 순수한 움직임의 슬랩스틱적 쾌감을 즐기게 한 다음, 그런데 이렇게 보여지는 것을 보고 있는 당신의 영화관람 경험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보는 꿈보다 더 꿈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꿈보다 더 꿈같은 영화의 정체에 대해 그가 이 신작을 통해 보여주려 한 무모한 야심의 가닥은 아주 추상적인 영화적인 리얼리티로 나아가며,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듯이, 그리고 의식적인 차원에서 살아내는 것보다 더 농밀한 생의 감각을 느끼기도 하듯이, 영화로 꿈을 꾸는 것이 가장 충일한 생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선언하는 데 이르고 있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추상적 테제도 이 영화의 실제 면면을 대하고 있노라면 빈 말이나 허풍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중반 첫사랑을 본격적으로 회상하는 단락을 제외한 모든 장면들이 어둠 속의 미로 찾기처럼 설계된 이명세의 공간은 도심의 소란스런 거리와 골목에 푹신하게 잠기는 어둠의 질감을 선사한 다음, 거기 잠겨 한 가닥의 빛에도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관객도 따라갈 수 있게끔 각각의 화면들이 구성돼 있다.

이에 관해 철학적인 인식론을 들이대며 분석하는 것보다는 꿈속의 꿈처럼 보이게 하는 경험을 즐기는 과정이 이명세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명세는 이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영화의 경험에 그의 연출된 카메라의 존재를 과감하게 들이대며 일종의 예술적 초자아로 군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 점점 더 실제 생활의 일상적 질감들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불만이지만, 그가 극도로 추상화시킨 리얼리티에 우리가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 그렇지만 꿈속에서라면 느껴보고 싶었던 것들이 구현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정훈희의 과거 히트곡 ‘안개’가 주제곡으로 쓰이는 가운데 강동원이 연기하는 한민우가 자신의 약혼자와 살고 있는 화려한 집 거실을 홀린 듯이 돌아다니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리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방사형의 이미지로 마구 발산하는 이명세의 상상력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우리가 어떤 노래를 들을 때 슬프거나 아련하거나 벅차거나 설레거나 하는 여러 감정의 연쇄를 마음속에 담으며 '이것을 혹시 영화로 만들면 어떤 꼴이 될 수 있을까' 상상하는 것의 거의 완벽한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로 이어지는 ‘안개’의 가사는 그 자체로 완벽한 시각적 조응물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영화 <M>은 한민우와 미미의 첫사랑이 펼쳐졌던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되어 그들의 풋풋한 첫사랑은 잠시 기억의 압침에 꽂혀 고정돼 보여진다. 삶처럼 영화도 흘러가며 한 번 지나간 그들의 사랑은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 이명세의 초기작 <첫사랑>에서 보여줬던 주택가 골목길의 풍경처럼 점점 기억의 안개에 가려 망각 저편으로 사라져간 현재 상태에서 이명세는 다시 안개 속의 미몽 그 자체를 헤매는 남녀 주인공들의 방황을 찬미하는 것이다. 혼몽에 빠져 헤매는 그 과정이 어쩌면 삶 자체의 슬픔이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필자는 이명세의 그 무모한 꿈이 관념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첫사랑>을 봤을 때 일상적 리얼리티와 첫사랑의 기억을 추상화시킨 형식의 간극이, 이명세의 스타일이 피하지 못하는 관념성이라 생각했던 것이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러 <첫사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 대한 호의로 바뀐 것은 필자의 변화인지 이명세 영화의 발전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세는 분명히 그 자신은 변하지 않았으며 필자 같은 관객이 무지몽매에서 깨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첫사랑>에서 불변의 첫사랑의 공간을 불러냈던 이명세 스타일은 이 영화 에 선 아예 현재로 옮겨와 정신 못차리고 미몽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마음과 행위를 그려낸다. 그게 이상하게도 말 못할 슬픔을 안겨주었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고 단지 추억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어쩌면 돌이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기억한다는 것은 절실한 삶의 과정이라고, 그리하여 절실한 미몽에 빠지는 것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M>은 한층 꿈꿀 능력을 갈고 닦은 중년 감독의 되살릴 수 없어 슬픈 일장춘몽으로써, 그게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것 때문에 꿈속의 꿈처럼 다가오는 영화의 영원성과 덧없음을 동시에 일깨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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