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사과]

 

만약에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과, 살면서 가져야 할 감정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 살면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 모든 것들을 시작하기 전에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만약에
살면서 겪어야 할 일들과, 살면서 가져야 할 감정들, 살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 살면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교과서가 있다면


어느 한순간도 지금에 익숙하지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접한 언어, 사용한 말들에 대해서도 순간순간 조심스러운 것처럼, 꽤 오래 해 온 일에도 손이 주저하게 되고, 꽤 오래 알아온 사람 앞에서 마음이 주저하게 된다. 살면서 끊임없이 '힘들다, 지친다.'라고 느끼는 건 어느 한순간도 지금 당장의 일과 감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의 과정임에도 한 번도 익숙하지 않은 서투른 몸짓들...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모습들...

너무 뻔하게 이야기되는 단어이지만 항상 막연한 '사랑'도 그 감정을 온전히 학습하는 건 힘든 일인가 보다. 사람마다 사랑을 학습하는 속도가 같지 않을뿐더러, 다 다른 언어로 그 사랑을 정의한다. 시작하는 순간이 달랐던 것처럼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도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그 사랑의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어 누구나 원하는 해피엔딩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그 어긋난 조각들 앞에서 치열하게 아파할 수 있는 건 삶에 능숙하지 않은 젊음의 특권일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자기 삶에 허덕거리면서도 그 허덕거림을 감추고, 지친 모습으로 늘어진 누군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울어줘야 할테니까...다 내 탓이라고. 나 때문인 모양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어줘야 할테니까...그때쯤 되면 서툴지 않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랑의 언어는 각자 다르다. 방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절절한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몸짓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사랑의 주인공들은 함께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랑을 하는 건 자기 자신 혼자인 거지...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 다른 표현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랑이 서로 와 닿지 못하고 계속 어긋난다고 해도 그 모든 사랑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서 지금 이 순간도 다들 현재 진행형의 절절함으로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현정씨가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긋난 감정들 속에서 지나온 시간들과, 지나온 감정들을 긍정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노력을 하게 되는 걸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한 고개 넘어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거라고...어설프고 서툴지만 그런 오늘을 살아내야 언젠가의 오늘에는 조금은 나아진 모습으로 설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먹먹한 마음을 위로해 본다.



그 건물에서 제일 예쁜 현정씨가 이제는 행복해지면 좋겠다.



(6:40 October 25 at 씨네큐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Eujlogiva Life > Audienc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노의 숲]  (5) 2008/11/11
[사과]  (3) 2008/10/26
[20세기 소년(Twentieth Century Boys, 2008)]  (6) 2008/09/1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10) 2008/07/18
Trackback 1 Commen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