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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Twentieth Century Boys, 2008)]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일제 시대때 만들어진 집이다. 물론, 집의 100%가 다 일제 시대때 만들어졌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순 없다. 수없이 많이 수리를 하고 고쳐가며 쓰고 있으니까...다다미방이 남아 있는 곳은 2층뿐이다. 1층은 구조만 남아 있을뿐 난방도 되고, 창도 다 2중창으로 바뀐 그냥 집이다. 하지만, 2층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난방도 되지 않고, 50여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2층 밖에 틀어박혀 있으면 시간이 좀 천천히 흐른다. 예전에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일본으로 아주 짧게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일본쪽 일을 봐주시는 선생님 댁에 머물렀는데 그 집은 전혀 현대적으로 수리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머물러버린 교토에 사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삐그덕대던 그 소리들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나에게 일본은 그런 나라다. 세계 경제 대국이고, 우리나라와 아픈 역사로 얽혀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이지만...결국 그 안에는 정체된 시간이 있다. 그곳의 공기는 참 무겁고 무겁고 무겁다. 내 머릿속의 일본은 그렇다. 그러고 보면 일본을 제대로 만나거나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일본땅을 밟았던 것은 항상 너무나 분명한 목적이 있었었고, 그렇다보니 일본 자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접했던 일본 문화는 너무나 편식되어 있어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쓰메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오쿠다 히데오...이런 작가들 외에는 기억나는 작가가 없다. 일본 만화를 좋아한다고 한들...그것도 매우 편식! 아다치 미츠루, 우라사와 나오키...이게 끝인가보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만난 작품들 속에서의 일본은 "현재진행형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어."에 관한 말은 잘 건네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는 이랬었어. 아니면 아예 일본에서 벗어난 어떤 세계의 이야기를 건넨다. 결국 난 일본을 만나볼 기회가 별로 없는 거다. 


영화 한 편 보고 와서..왜 일본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글이나 끄적거리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던 <20세기 소년>을 극장에 가서 보고 왔다. 이미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한 번 실망을 했으며,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어느 포인트에서 더욱 실망하게 되는지까지 대충 들은터라 그냥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이나 하자는 맘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기억속의 만화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스크린에 펼쳐진 <20세기 소년>을 만나고 왔다. 그렇다면 영화는...


영화는 사람들이 건네준 말들과 거의 일치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들. 과연 만화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스크린 속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이미 자기가 주인공임을 너무 많이 드러내는 켄지도 그렇지만, 가장 놀랬던 건 마지막에 등장하는 칸나일 것이다.). 또한, 딱 이 장면에서 뭔가 강조점을 한번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라는 기대치를 무시하고 마냥 흘러가는 이야기...원작이 있는 작품이 넘어서야 할 많은 산들 앞에서 주저앉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 수도 없이 팔렸다는 <20세기 소년>을 읽은 사람들이 다 똑같은 장면에서 반응하지 않을테니, 감독 나름의 강조점은 나와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림과 비슷한 인물을 찾아낸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지 않은가. 기대한 얼굴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24권..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결같던 어떤 인물의 인상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긴박감있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더 잘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축 늘어져 버리니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어쨌든 그렇게 <20세기 소년>을 만나고 왔다. 서태지 뮤직비디오는 의외로 잘 어울렸고, 2편에 대한 예고는 그다지 기대감을 주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책장에서 만화책을 우수수 쏟아내려 한 호흡으로 24권을 그냥 쭈~욱 읽어줬다.



(6:15 September 13 at 메가박스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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