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전]
- Eujlogiva Life/Gallery Life
- 2008/09/09 13:31
과거 시간들을 마주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알지못하던 때,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미지의 시점에 대한 어렴풋한 앎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과거 앞에서 현실을 잠시 멈출 수 있는 쉼이라는 의미도 있다. pause버튼을 누르듯이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순수한 교육? 학습?의 의미로 그 자리를 찾기도 했겠지. 아마 전시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는 순수한 배움의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만남,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만, 전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좀더 명시적이고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찬란했던 시대, 저 멀리 과거 어느 순간에 박제되어 버린 그 시대를 2008년으로 이전시키면서 이 유물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것이 전시의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시의 목적은 어떻게 드러나야 하고, 관람객에게 어떠한 형태로 전달되야 하는 걸까?
전시의 목적은 분명히 명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전시는 ~~~~을 위한 것입니다. ~~~을 보여 주기 위함입니다."라는 설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전시 그 자체를 통해서 표현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전시는 그러한 면에서 충분한 정보와 목적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공식홈페이지에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The Glory of Persia는, 유물들은 이란국립박물관, 페르세폴리스박물관 등 이란의 대표적인 다섯 개 국립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시기적으로는 이란고원에서 농경이 발달하면서 최초의 도시들이 탄생하는 기원전 5천년에서 사산왕조가 멸망하는 7세기에 이르는 기간을 아우른다. 전시품은 문명의 초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채색토기에서 사산왕조의 금속공예품에 이르는 204점의 이란문화재와 경주 적석목곽분에서 출토된 유리잔, 황금보검 등 실크로드를 통해 페르시아지역과 교류된 18점의 우리문화재로 구성된다.
전시는 기획전시실 두개를 모두 이용하는데 1실에서는 ‘페르시아의 황금'이라는 주제로 대형 금제용기들이 선보이며 또한 각종 보석과 금,은으로 만들어진 장신구들도 보여준다. 그 외에 페르시아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신분과 증명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인장들과 아케메네스왕조에서부터 사산왕조까지 만들어진 금화와 은화가 같이 전시된다. 2실은 이란과 페르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도록 조성되었다. 곡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토기부터 아리안 민족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상형토기에 이어 루리스탄청동기로 대표되는 금속유물과 메소포타미아지역의 국가와 긴장과 교류를 통해 성장한 엘람과 메디아왕국을 살펴본다. 이후 전시실의 중심부에 페르시아 세계제국을 세운 아케메네스왕조의 유적과 유물을 배치하였고 그 뒤로 파르티아, 사산왕조 페르시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신라시대 경주에서 출토된 다양한 페르시아와 서역계통 유물을 진열하여 실크로드를 통해 이루어진 동서교류의 양상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번 전시는 페르시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페르세폴리스 유적을 관람객에게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한국과학기술원과 같이 특수영상을 제작, 상영하는데 여기에서는 과거 페르시아제국의 최전성기의 페르세폴리스의 모습과 현재 남겨진 유적을 HD화질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만나게 될 것이며 이외에도 전시장내에 특별하게 설치된 영상들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본 전시는 박물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이란과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를 통하여 그동안 멀게 느껴져 온 이란과 한국 두 나라의 문화교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여기서 설명하는 것처럼, 과연 총제적인 이란과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전시였던가? 다양한 문물들을 통해 당시의 문명을 설명하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었던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아쉬웠다고 답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유물들만으로는 종합적인 정보나 흐름을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여기에는 불친절한 설명들이 한몫을 하였다.
전시물에 대한 설명은 어디까지가 적정한가에 대하여서는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각각의 전시물들마다 상세하게 정보를 적어두면 아예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학습의 부담을 높여 전시를 재미없게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는 도슨트의 설명이 더 잘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즈음의 전시장에서는 간략한 설명 외에는 오디오 자료로 설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전시물에 대한 설명은 매우 간략하게 적히기 바련인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릇(vessel)" 이런 설명으로 끝나는 것은 너무 허무하다. 하다못해 재질이 무엇인지 정도라도 적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전시이고,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것 외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어서 재미도 있었다. 기대한 것보다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였고, 페르세폴리스의 모습을 재현한 영상물을 통하여 과거의 시간에 대하여 좀더 생생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좀더 스토리가 있는 무언가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런 전시는 불가능한걸까? 기획 목적에 부합하는 전시장 디자인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을까? 등..작은 아쉬움들도 남았던 시간이었다.
The Glory of Persia
2008. 4. 22 ~ 2008. 8. 31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02-793-2080)
**끄적거리다 완성하지 못하고 닫아두었던 글을 대충 완성해서 열어둔다. '전시'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생각들을 좀더 정리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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