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그리고 소통의 부재
- Eujlogiva Life/Logical Life
- 2008/05/26 12:04
- 119
어제 저녁 마당의 유키가 너무 낑낑거려 나가봤더니 담장 너머로 불길이 보였다. 옆집은 종종 마당에서 뭘 잘 태우곤 해서 아마도
또 그러나 보다 생각하며 옆집 마당을 넘겨다보니 역시 쓰레기인지 낙엽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들을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당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119에 신고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니 확인을 하러 나오겠다고 하였다. 중간에 신고를 받았던
119측과 출동을 하고 있다는 분에게 전화를 받아 지금은 어떻게 타고 있는지,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설명을 했다. 그 사이
이모가 옥상에서 그 집 사람들을 불러보았으나 마루에 불이 켜져 있음에도 아무도 내다 보지 않았다. 말 소리는 간혹 들렸지만...
결국 119가 출동하고 나서야 그 집에서 사람들이 나왔고, 불은 꺼졌다.
난 종종 112나 119에 신고를 한다. 지나가다 차들끼리 부딪쳐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신고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신고를 하고, 얼마전에는 택시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를 치는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를 하기도 하였다. 차를 타고 가다 고장난 신호등을 발견하면 그것도 신고하고, 이웃집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밖으로 너무 크게 들려서 신고를 한 적도 있다. 이러다보니 경찰서나 소방서에 내 전화번호가 요주의 인물로 적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주 심각한 사건이 아닌 다음에야 살짝 귀찮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제의 사건도 우리 집에서는 이건 신고를 할뻡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그냥 넘어가라는 의견도 많았다. 괜히 뭐 이런거 가지고 신고를 하냐는 둥, 이웃집에서 알면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둥...그러고 보니 도착한 119분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하느라 누가 신고했는지 적어도 어느 집에서 신고했는지는 아마 우리 옆집에서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그 아저씨 목소리 무섭던데 괜히 마주치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땐 좀 겁이 났었다. 그 집 마당 상태라는 것이 사람 키만한 풀더미들 투성이이고, 온통 탈 것들이 널려 있는데 저렇게 불을 피워놓고 지켜보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게다가 우리 집과 붙은 담 옆에 우리집에는 나무가 심겨 있는데 불씨가 옴기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게다가 어제는 바람도 많이 불어 계속 불씨들이 훌훌 날리고 있었고...이러다 큰일나겠지 싶은 마음에 신고를 한거다(물론 항상 신고를 할 때는 큰일 나겠지 싶은 마음에 신고를 하지 심심해서 하지는 않는다.).
결국 큰불이 나지 않고 뭐 일단락 되었으니 다 괜찮은 거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 다른 생각도 들더라. 이웃집과 소통은 없었지만 불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집 대문으로 가서 직접 초인종을 누르고 그 집 사람들에게 불을 꺼달라고 요청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아무리 낯선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일뿐인데 타인이라기 보다는 개체처럼 인식되는 119에 전화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쉬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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